보도자료

新명의 열전⑤ 중증 알레르기 질환-김태범 서울아산병원 교수

관리자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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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질환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매년 1300만~1500만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른다. 국민 3~4명 중 1명꼴로, 알레르기 질환은 ‘국민병’이라고 할 만하다.


알레르기는 비염, 천식, 두드러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대체로 항체 한 종의 ‘과잉 행동’에서 비롯된다.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이름의 항체다. 면역글로불린 항체는 A, D, E, G, M으로 나뉘는데, 저마다 면역 역할이 다르다. 면역글로불린E 항체는 기생충 제거가 고유 임무다. 그런데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인해 면역글로불린E 항체가 몸에 해롭지 않은 이물질에까지 과잉 반응을 보이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이물질이 피부, 호흡기 상피조직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나뭇가지 모양의 수지상(樹枝狀)세포가 이를 포획한다. 최전방의 정찰병이 침입자를 발견해서 체포하는 것과 비슷하다. 수지상세포는 침입자를 감싸서 제거함과 동시에, 자신의 표면에 침입자의 정체를 표기해둔다. T세포는 이 표기를 통해 침입자에 관한 정보를 인지한 후 두 가지 종류의 면역반응, 즉 Th1, Th2 반응을 실행한다. Th1 반응은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들에게 연락해 침입자를 물리치게 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침입자 제거 외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되는 Th2 반응은 부작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Th2 반응은, B세포로 하여금 Y자 모양의 면역글로불린E 항체를 분출하게 하고, 이 면역글로불린E 항체가 면역세포인 비만세포나 호염기구세포의 표피에 달라붙어 방어망을 구축한다. 기생충 등 몸에 해로운 침입자가 접근해 면역글로불린E와 결합하면 비만세포 등은 즉각 내부 물질(주로 히스타민)을 대량 방출해 침입자를 공격한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다.

문제는 Th2 반응이 과도하게 발휘되어 면역글로불린E가 꽃가루 등 몸에 해롭지 않은 물질을 유해 물질로 오인해 결합했을 때 발생한다. 이때도 비만세포는 똑같이 히스타민을 방출해 공격을 개시하는데, 유해물질이 없으니 상피세포, 혈관, 신경, 기관지평활근 등에 엉뚱한 공격을 가한다. 이렇게 해서 이들 조직이 손상을 입어서 나타나는 반응이 알레르기다.

알레르기 질환은 천식, 알레르기비염, 두드러기, 약물알레르기, 음식물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 호산구증가증 등 다양하다. 경증이라고 해도 성가시다. 중증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한 번 시작된 알레르기 질환은 대부분 완치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급성 알레르기 증상인 아나필락시스는 돌연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 치료하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를 만나 알레르기 질환의 메커니즘, 봄철에 심해지는 알레르기비염과 천식,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알레르기까지 자세히 알아봤다. 김 교수는 최근 10여년간 알레르기 관련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또는 준(準)SCI급 논문을 160편이나 발표하는 등 알레르기 전장(戰場) 최전선에서 의욕적으로 싸우고 있는 의사다.

- 알레르기 질환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비염이나 결막염 증상은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업무나 학업 능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천식의 경우에는 기침과 천명(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증상), 호흡곤란으로 이어지는데, 심한 천식 발작이 일어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또한 알레르기 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거의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 알레르기 질환 발생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면. “이전에는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 청년층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요즘은 노년층 환자도 많다. 평생 알레르기 없이 잘 살다가 왜 갑자기 천식이 생기는지는 학계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미세먼지, 반려동물, 항생제 사용, 흡연, 서구화된 음식 섭취 및 생활습관의 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 알레르기가 전신에 급격하게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는 1년에 약 2만명에게서 발생하고 증가 추세라고 하던데.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질환 중 가장 급성이며 치명적인 증상이다. 음식 섭취, 벌 쏘임, 약물 투여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면역글로불린E 항체 반응이 매우 급격하게 나타나서 비만세포가 히스타민 등의 물질을 폭발적으로 유출해서 발생한다. 두드러기, 혈관부종, 호흡곤란, 기도수축, 혈압저하, 의식소실이 나타나며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할 만한 전조증상은. “다양하다. 두드러기가 올라올 수도 있고 목이 칼칼하면서 부어오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나필락시스는 몇 분 내 워낙 급격히 나타나기 때문에 전조증상을 얘기할 것도 없다.”

- 평소 가볍게 오던 알레르기 증상이 어느 날 아나필락시스로 돌변하기도 하나. “물론이다. 동일한 알레르기라도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에의 노출 정도, 양, 시간, 그리고 신체 컨디션 등의 요인들에 의해 증상의 정도가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처음 나타났을 때는 신속히 병원 응급실에 가서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한 번이라도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면 원인 알레르겐을 찾아서 최대한 피해야 한다. 또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휴대용 상비 주사제인 에피네프린을 병원에서 처방받아 소지하고 다니다가 응급 상황 발생 시 즉시 직접 주사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 전신적 스테로이드제, 속효성 기관지확장제 사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아나필락시스 외에 생명을 위협하는 알레르기 질환은. “중증 천식이다. 갑자기 기관지가 좁아져서 질식 상태가 되는 질병으로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다. 또 특정 약물에 의해 심한 전신적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스티븐존슨 증후군이 있다. 아나필락시스처럼 급격히 오지 않고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질환인데, 온몸의 피부가 화상을 당한 것처럼 다 벗겨진다. 치명률이 40~50%에 이른다. 치료는 원인 약물을 피하고, 최대한 초기에 전신적 스테로이드제, TNF억제제 등의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인데 시간이 지체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 알레르기 중 혈관부종은 왜 위험한가. “혈관부종은 혈관으로부터 많은 양의 삼출액(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혈액 속 액체)이 조직으로 유입되어 조직이 붓는 증상이다. 주로 연한 조직인 눈, 입술, 혀에 나타나지만 기도를 침범하면 기관지가 막혀서 숨을 쉬지 못해 호흡곤란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기도를 침범한 경우에는 신속한 에피네프린 주사가 필요하다.” 


봄에는 알레르기성비염·천식이 특히 많이 발생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들 질환의 주요 알레르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자작나무, 개암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등의 나무 꽃가루다. 코를 통해 유입된 이들 꽃가루가 코점막·폐 상피세포를 통해 흡수된 뒤 면역글로불린E 항체에 결합해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집먼지진드기나 반려동물도 알레르기비염과 천식 발생의 주요 인자다. 비염은 1년에 약 1000만명, 천식은 약 100만명에게 발생한다. 알레르기성과 비알레르기성을 합해서다.

- 비염이 중증으로 악화되기도 하나. “비염의 일반적인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나, 콧물과 코막힘이 심해지면 부비동염(축농증)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항생제나 수술 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면 만성화되고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후각 장애가 반복되면 영구적인 후각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비염의 약 30%는 천식을 동반하므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 알레르기천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천식 치료는 완치보다 ‘완벽한 조절’에 방점을 두고 있다. 천식 치료약물은 크게 호산구(천식을 유발하는 대표적 염증세포) 등 염증을 줄여주는 항염증 스테로이드제 치료와 수축된 기관지평활근을 이완시키는 기관지확장제가 있다. 경구가 아닌 흡입제 형태로 사용해야 기관지에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장기적으로 사용해도 부작용이 크지 않다. 중등증 이상의 천식에서는 규칙적으로 매일같이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 혼합제를 흡입한다. 최근 변경된 치료 지침에서는 경증 천식의 경우에는 스테로이드제와 속효성 기관지확장제 혼합제를 증상이 있을 때만 흡입하도록 하고 있다.”

- 최근 주목받는 천식 치료법은. “면역글로불린E 항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주사가 최근 10여년간 사용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피하주사를 하는데, 중증 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뿐 아니라 최근에는 만성두드러기 치료에서 매우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최근 호산구성 염증을 타깃으로 하는 여러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되어 활발히 사용 중이다.”

- 생물학적제제는 기대했던 만큼 치료 효과가 좋은가. “생물학적제제는 주로 면역글로불린E이나 호산구성 염증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 주사제다. 항·면역글로불린E 주사제는 알레르겐이 면역글로불린E와 결합하지 못하게 해서 중증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호산구성 염증에 관여하는 물질인 인터루킨 4, 5, 13 등을 억제하는 주사제는 호산구가 문제를 일으키는 중증 천식, 스테로이드 의존성 천식이나 호산구성 혈관염 등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 70~80% 이상의 환자에서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그러나 중증 알레르기성 천식에 사용되는 항·면역글로불린E 주사제 이외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1개월분 약값 30만~300만원이 부담스러워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서 안타깝다.”

- 면역요법의 치료 효과는. “면역요법은 원인 알레르겐을 환자에게 아주 소량부터 천천히 투여해서 면역 체계의 반응을 무디게 하는 원리다. T세포가 똑같은 원인 알레르겐에 대해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로 변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면역글로불린E가 비만세포에 붙지 못하게 막아주는 면역글로불린G4를 생성하게 하는 면역 기전도 있다. 면역요법은 대개 3년 이상 시행하며 80% 이상의 환자에서 상당한 호전을 보이며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임파선에 직접 알레르겐을 주사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기법도 연구되고 있다.”

- 천식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속효성 기관지확장제를 반복해서 흡입하고, 경구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다. 또 평소 사용 중인 흡입스테로이드제·기관지확장제 복합제도 반복적으로 써야 한다. 만일 복합제가 속효성 기관지확장제를 포함하고 있다면, 따로 속효성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와 동시에 신속히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에 관한 임상 연구를 많이 하는 대표적인 의사다. 김 교수가 발표해온 논문은 연 15~20편에 이른다. 대개 국제적인 유명 학술저널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활발한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2014년 서울아산병원 연구 분야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했고,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의 표창을 3차례나 받았다. 2016년에는 천식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유럽호흡기학회(ERS)에 초청 강연을 하기도 했다.

진료 지침을 바꾼 연구들도 있다. 대표적인 연구는, 살균 작용이 강한 세팔로스포린 항생제를 투여하기 전에 피부반응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국내 병원들은 김 교수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해서 세팔로스포린 항생제 사용 시에 피부반응 검사를 없애는 추세다. 또한 김 교수는 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프리즘(PRISM) 연구를 통해 혈액 및 객담에서 천식 진단, 치료를 위한 다양한 바이오마커들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들 바이오마커는 추후 검증을 거쳐 진단키트나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될 수도 있다.

현재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프리마(PRIMA) 연구 등 기대되는 여러 건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프리마 연구는 일부 경증 천식 환자에게 흡입스테로이드제 사용 없이 기관지확장제만 사용해도 동일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결과에 따라 천식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바꿀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은 여전히 치료하기가 까다로운 질환이지만 생물학적제제의 도입 등으로 중증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등의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가 사용하기 편한 흡입치료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환자의 인식 개선으로 규칙적인 약물 사용이 늘고 있는 점도 치료 효과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알레르기 질환도 조기에 진단, 치료하면 치료 효과가 더 좋은가. “알레르겐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회피요법을 시행할 수 있고, 알레르겐에 접촉하더라도 바로 상비 약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회복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면역요법을 시행하면 알레르기로부터 근본적으로 해방될 가능성이 커진다.”

-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생활법은. “가장 흔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비듬이나 피부 각질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되도록 천으로 된 소파, 커튼, 카펫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발생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알레르기 전문의를 찾아 면역요법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내에 적절한 헤파필터(미세입자, 박테리아, 곰팡이 등을 걸러주는 고성능 필터)를 갖춘 공기 청정기나 알레르기 방지용 베개 커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봄, 가을 등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 알레르기 환자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은. “알레르기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전문의를 찾아 자신에게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이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치료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알레르기를 조절해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평생 함께 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만의 알레르기 주치의를 만드는 것이 좋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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